[앵커]
코로나19가 종식된 뒤 언제부턴가 여러 나라들이 너도나도 외국인 관광객에게 관광세란 걸 받고 있습니다.
자연환경이나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데 쓰겠다는 건데, 논란도 적지 않습니다.
세계를 보다, 김민곤 기자입니다.
[기자]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인도네시아의 유명 관광지 발리 섬.
코로나19 종식 이후 관광객들이 폭증하면서 모래사장이 쓰레기로 뒤덮였습니다.
관광객들은 그 옆에서 파라솔을 펴고 삼삼오오 모여 있습니다.
[현장음]
"여기서 어떤 쓰레기든 찾을 수 있어요. 핸드백부터 신발, 플라스틱 병까지."
수풀이 우거진 계곡에는 불법 투기 된 쓰레기들이 넘쳐나 물길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발리 정부가 꺼내든 것은 관광세.
지난달부터 관광객들에게 입국 때 공항이나 미리 온라인으로 우리 돈 약 1만3000원을 내도록 한 겁니다.
일종의 '방문 세금'입니다.
[쪽 바구스 쁘마윤 / 발리 관광국장]
"자연 환경과 지역 문화를 지켜서 관광객들이 발리를 계속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스페인 세비야 광장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타일이나 난간은 파손 돼 있고, 누군가 먹고 버린 페트병도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참다못한 세비야 시장은 "시의회 예산만으로는 우리 유산을 보존할 수 없다"며 관광세 도입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일본에선 홋카이도 스키 관광지 니세코가 1박 당 최대 1만8000원의 숙박세를 11월부터 도입키로 했고, 오사카부는 숙박세에 이어 관광세까지 도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관광세 도입은 이탈리아 베네치아부터 독일 베를린, 몰디브나 뉴질랜드 등에서 이미 10여 년 전부터 나타났는데, 최근처럼 단시간 내에 세계 곳곳에서 도입이 추진된 적은 없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신음하던 관광지의 역설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해외 여행객 규모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습니다.
관광객 폭증에 따라 지역 관리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 관광세 부과의 이유입니다.
[하와이 현지 관광 관계자]
"반발할 이유가 없잖아요. 오시는 분들이 조금씩 도와주면 하와이 자연환경이 더 깨끗해지지 않을까요."
그러나 저항도 만만찮습니다.
[발리 현지 관광 관계자]
"(관광객들이 현지에) 와서 쓰는 돈에서 세금을 걷어 사용되는데 별도로 돈을 받는 거잖아요. 상당히 괘씸한 돈이고…"
최근 1인 당 3만3000원 부과 계획을 밝힌 하와이는 이를 통해 약 900억 원을 추가로 거둬들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시 그린 / 하와이 주지사]
"관광세는 우리에게 엄청난 도움이 될 겁니다."
전문가들은 관광지가 재원 운영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세계를 보다, 김민곤입니다.
영상편집: 조성빈
김민곤 기자 imgone@ichannela.com